티스토리 툴바


 

 

 

 

어버이날 치곤 참 어려웠다.

그냥 해맑게 작년마냥 철없는 큰딸답게 전화해서 해쭉거리며 전화로나마 감사합니다라고

늘 건강하시라고 말하기가 올해는 어찌나도 어렵던지.

 

동생이 떠나가고 맞이하게 되는 모든 기념일들이 그러하듯,

가족모두에게 늘 응어리가 아직 남아있는것이 참 어렵다.

 

얼마전의 조카아이의 여섯살 생일날도 그러했고,

바로 몇일전 어린이날도 그러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어서 막상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긴 했으나

여전히 힘없는 목소리.

 

위로를 어찌해야 할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아무일도 없던것마냥, 식사 잘하셨는지, 별고 없으신지,

날씨는 더워지지 않았는지, 혈압은 좀 괜찮으신지, 조카아이들의 장난은 나날이 늘어가는지

그렇게 물어보기만 한다.

 

정작 다른날도 아닌, 오늘같은 날은 일부러 상처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헤집어서도 안되는 날이니 더욱 그렇다.

그냥 무덤덤한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하는게 덜 아프고 덜 속상하다.

 

엄마의 마음에 새겨져있을 오늘은 그냥 모른체하고 넘어간다.

다음주엔 같이 이야기 할수 있겠지만, 오늘은 유독 먼저간사람의 이야기를 일부러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도 알고 계신거 같았다. 일부러 아무말도 안하시는걸보니..,

 

그렇게 아침을 우울하게 시작하고 나니, 뭔가 좀 어수선하리만큼 복작거리고 싶어져 버렸다.

 

시아버님의 유품에 있던 사진 박스를 드디어 꺼내본다.

남편의 조부모님들 사진에 삼촌, 고모들과 그 일가친척의 빛바랜 오랜 흑백사진이 한가득 나온다.

시작한 김에, 나에게도 있던 앨범을 꺼내서 한국식구들의 사진도 꺼내본다.

이제는 얼굴도 가물거리는 외증조모와 외조모와 함께 찍은 3살짜리 내모습도 보이고,

남동생 돌잔치에 찍은 사진도 앙증맞게 보인다.

다슬이와 범수의 갓난아이시절 사진도 다시 꺼내어 간추려보고,

남편의 어린시절의 모습도 찾아본다.

그렇게 오후를 사진들을 들여보면서 지냈다.

 

이제는 떠나가신 분들도 있고,

어린시절 얼굴들이 많이도 변하고 커버린 식구들도 한가득이다.

세월이란것을 한순간에 붙잡아놓은 사진을 보면서 웃음가득 지어본다.

큰 액자를 하나 챙겨놓은것이 있어, 그안에 요리조리 사진들을 모자이크처럼 나열해 보고 붙여버렸다.

 

큰액자 가득히 나와 내남편과 아이들을 둘러싼 일가친척의 모습들을 한 액자안에 넣었다.

가장 행복했었던 시간들을 보낸것만 같은 얼굴들을 바라보며 더 행복해지겠다고 활짝 웃어보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Posted by 꼬장

트랙백 주소 http://jynira.tistory.com/trackback/457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2/05/09 18:12

    음.. 그러면서 하루가 가고 한달이 가고
    그러다 보면 조금씩 무뎌지는 것이겠지요..

  2. 2012/05/10 04:31

    기쁜 날이지만 가족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시간의 흐름이 상처를 아물게 하지 않을까 싶네요^^

    • 2012/05/11 09:33

      천천히 아물어 갈겁니다. 근데 젊은 저보단 나이드신 부모님께는 아무는것 자체가 힘든 일인가봐요.

  3. 2012/05/10 08:22

    정말 부모님이 마음이 안좋으시겠네요. 살포시.....

    잘 지내시죠? 여름준비에 바쁘시겠습니다.

    • 2012/05/11 09:36

      엄마의 마음은 사실 저도 잘 이해못해드립니다.
      워낙히 잔정이 없는 뻣뻣한 딸내미인지라.
      그래서 마음은 늘 죄송하기도 해요.

      여름준비 별거없어요. 그저 텃밭농사, 휴가지 예약이 다 입니다. ㅎㅎㅎ

  4. 2012/05/11 08:39

    꼬장님도 힘드시겠어요...

    좋은 음악과 함께 행복으로 가득한 액자의 사진들을 보면서 꼬장님의 세살적 모습을 찾아봤습니다.
    음... 아무래도 왼편 윗쪽 흑백 가족사진안에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

    옛날 사진들 들여다 본지 오래되었는데 담에 집에가면 좀 가져와야겠어요.

    • 2012/05/11 09:39

      왼쪽 윗편은 다 시댁식구 사진이에요. ㅎㅎ
      제 어릴적 사진은 맨 오른쪽 밑에서 세번째위로 남동생 돐잔치때 찍은거가 있어요. ㅎㅎ
      사진을 이렇게 간만에 추려보다보니, 참 어릴적엔 이런 인생의 행로를 한번도 상상 안해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참 희안해요.

  5. 2012/05/14 16:30

    비밀댓글입니다

  6. 2012/05/15 01:00

    부모님도그렇지만, 조카아이가 너무 힘들었겠어요...
    저희 엄마는 그냥 저냥 아직 별말씀 없이 여행 다녀오셨는데,
    곧 기일이 다가오는데, 그 때는 어쩔지...

    요즘 저는 부쩍 생각나거든요...

    조기조기, 어렴풋이 꼬장님의 얼굴이 보이네요.

    • 2012/05/15 09:01

      이제 겨우라고 해야하나, 벌써라고 해야하나.
      6개월이 흘렀네요.
      사실 그 맘속을 완전히 알기는 어렵지만 조카애는 의외로 잘 지내요.
      아직 어려서 그런건지 심리상담을 받아서 그런건지 잘 지내더라구요.
      연로하신 부모님이 심신이 많이 노쇠해지셔서 그게 자꾸 문제가 생겨요.
      그러니 멀리사는 저는 딱히 도움도 안되지만 걱정은 늘어갑니다.

      기일이란게 첫해는 홍역처럼 앓게되지 않을까 싶긴한데 모쪼록 가볍게 앓았으면 좋겠어요.

      범수 안고 있는 사진 중앙쯤에 보이시죠?^^

  7. 2012/05/15 08:54

    다들 잘 견뎌내고 있는데...
    전 그에 비하며 아무것도 아닌일로 혼자 힘들다 힘들다 그러며 지내고 있는것 같아 반성해요..

    • 2012/05/15 09:04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힘든거에 더 우선적이고 아닌게 어디있어요? 스스로 느끼는거죠.
      물론 상대적으로 보면 그럴수도 있겠지만요. ㅎㅎㅎ
      다함께 화이팅 좀 외쳐봐야 겠습니다.ㅎㅎ

이전버튼 1 2 3 4 5 ... 446 이전버튼